명 혈통 ‘가드윗’ 한반도에 희망을

뉴질랜드에서 알라스카까지 이동하는 도요•물떼새의 경유지로서의 황해의 소중함과 보전을 위한 뉴질랜드
- 얄루지양보호구역 간의 활발한 교류를 알리고자『뉴질랜드에서 오는 손님, 도요새 ‘얄비’이야기』
- 2009년 5월 15 재외동포신문 칼럼-내용의 일부를 올립니다.
-2009년 7월-

글: 박성훈, 뉴질랜드 사회봉사 영웅상 수상자 (2008), 뉴질랜드 환경연합회원, 미란다 내추럴리스츠 트러스트 회원

한국의 봄 4월은 뉴질랜드 도요•물떼새 (shorebirds)들, 그 중에서도 세계 최장거리의 마라토너라는 명성을 떨치고 있는 큰뒷부리도요 (Bar-tailed Godwit)에게는 특별한 달이다. 젖과 꿀이 흐르던 새만금의 추억과 함께 매년 찾아나서야 할 새로운 중간 집합지 물색을 놓고 이 영리한 새들의 지도자들간에도 팽팽한 이론이 맞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기 때문이다.

본래 조류독감 (AI; Avian Influenza or Bird flu)의 해법을 1만Km 훨씬 그 이상을 10여일 밤낮없이 쉬지도 먹지도 않고 날아도 지친 기색이 없는 이 새들의 알 수 없는 호르몬 인자에서 찾아보려던 미국의 보건당국과 경이로운 생태습성을 연구해오던 뉴질랜드 미란다 내추럴리스츠 트러스트 (Miranda Naturalists’ Trust) 학자, 회원들간의 이해가 맞은데다가 NASA 측의 최첨단 위성추적장치 제공 협조로 이루어진 연구결과 수 천 년간 베일에 가려져왔던 의문점들이 상당 부분 풀리고 있는 시점이다.

금년 4월은 지난 수 년간 해를 거듭해 연구 분석한 이 새들의 습성의 특기할 만한 부분들이 또 다시 이곳 미란다 트러스트 학자와 회원들을 놀라게 하고 조류학계가 한번 더 한반도에 관심을 두게 하는 계기를 주고 있는 것이다.

절대다수인 수만 마리의 장거리 이동철새들이 중국역의 압록강 (Yalu Jiang)하구를 새로운 도래지로 삼았을 때 중국에서는 대 환호와 함께 정부 차원의 환경보호구역 선포와 더불어 대대적인 지원책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이곳 미란다 센터 (Miranda Shorebird Centre)의 시설물, 도표, 자료, 간판 등등 대부분에서 위용을 과시해 오던 대한민국 서해안 일대의 철새도래지의 흔적들이 지워지고 한국 (Korea)이란 이름이 편편 곳곳에서 사라져 감과 동시에 중국 (China) 이름의 일색으로 대체되어가고 있는 터였다.


뉴질랜드 미란다에서 새들을 관찰하는 박성훈님


미란다 내추럴리스츠 트러스트의 회원 및 운영진들의 모습

그런데 작년에 압록강과 한반도의 일부 강변지역을 경유하며 먹이 보충을 하고 번식지인 알래스카에서 탄생한 새 식구들까지 다시 거느리고 금년 초에 이곳 뉴질랜드에 돌아온 88,000여 마리의 큰뒷부리도요들로부터 중요한 단서를 잡은 것이다. 그것은 참 혈통, 즉 장구한 세월 동안 뇌에 입력된 유전인자 데이터에 따른 고유의 회귀본능과 강한 우성인자를 지닌 소수의 도요•물떼새들이 지금은 바닷길을 막은 방조제로 생명력이 끊어진 새만금 갯벌 주변만을 맴돌거나 그나마 찾은 몇 몇 곳의 강변, 그리고 금기 지역으로만 알고 있었던 비무장 지대 북단에서 압록강 남단에 이르기까지의 알려지지 않은 도래지를 찾은 정황이 표찰 시금새들에서 포착되었기 때문이다. 수 만 마리의 도요군단과 함께 영리하고도 기민한 조상 지도자들의 다수가 한반도를 고집하다가 허기에 지쳐 집단 희생을 당하고도 그나마 간신히 살아남은 우수 혈통의 후손들은 친구, 가족 대다수가 허기 속에 허덕이다가 먹이 찾아 떠났던 중국 쪽보다는 조상, 조부모들이 구가했던 영광의 땅을 택해 당도한 것이다.

그 덕분에 미란다 트러스트의 데이비드 로리 (Mr. David Lawrie)회장님을 단장으로 한 동료 회원학자이자 사랑하는 새들의 황금 서식지•중간 휴식처였던 한국땅을 잊지 못하는 환경학자, 애드리언 리건 (Mr. Adrian Riegen)님과 토니 하브리켄 (Mr. Tony Havriken)님을 중심으로 한 조사단원들께서 영영 못 가 볼 줄로만 알았던 북한지역의 서부해안가까지 그 새들을 만나러 간 것이다. 오늘 (2009년 4월 29일)도 사랑하는 새들을 맞아 집계에 여념이 없다고 쇼어버드 센터에 남아 철새본부를 지키고 있는 키이쓰 우들리 (Mr. Keith Woodly)님께서 소상히 전했다. 이 분들 모두는 새만금 매립공사 시점을 전후하여 SSMP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그램)와 같은 제휴 모니터링프로그램과 보전 활동을 위해 한국내 도요새 중간 기착지 여러 곳을 수없이 드나들었던 까닭에 대한민국의 조류학회, NGO뿐 아니라 보도매체를 접한 일반인들에게도 꽤 알려진 훌륭한 분들이다.


도요새들을 따라 뉴질랜드에서 새만금까지 오신 애드리안 리건님의 현장 조사 모습 (2005년 8월)


SSMP기간 중에 원광대학교 도요•물떼새 사진전에서 설명 중이신 키이쓰 우들리님 (2007년 5월)

마침 얼마 전에는 낙동강 하구에서 작년에 발견됐던 큰뒷부리도요들이 또다시 나타났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부산, 울산, 경남지역 보도매체에는 이 경이로운 ‘뉴질랜드에서 온 장거리 이동철새의 습성, 특징 등’이 화제의 뉴스로 떠올랐다고 한다. 이렇듯이 국경을 넘나드는 새들을 통하여 우리 모두는 국적이나 연령을 불문하고 깨닫고 배울 것이다.

북한지역을 방문한 그들이 조사 후 돌아와, 새와 사람들에게 들려줄 사연과 한반도에 싹틀 희망의 메시지가 자못 기대된다. 새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 간에는 어떠한 장벽도 없으리라는 신념과 타 생물 종과 더불어 살아가리라는 희망의 메시지!


새와 생명의 터 공동창립자이신 김수경박사님 (가운데)께서 SSMP 참가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신 영국,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국내 참가자들에게 새만금매립과 금강하구의 위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06년 4월). AWSG 켄 고스벨회장님 (썬글래스 끼신 분)과 미란다 내추럴리스츠 트러스트의 매니저이신 키이쓰 우들리님 (초록색 자켓의 뒷모습)도 함께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