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보다도 2010년은 조류와 기타 야생 생물을 아끼고 생물다양성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겐 더욱 각별한 의미를 갖는 한 해가 된다. 그 이유는 오는 1월 11일, 유엔 지정의 “국제 생물다양성의 해”(UN 총회 결의안61/203)가 시작되고 생물다양성 소실율 감소와 새 목표 설정이 요구되는 밀레니엄 개발 목표 중, 환경 지속가능성 선정목표에서 규정한 해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10월 제 10차 생물다양성 국제회의가 일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http://www.cbd.int/cop10).
따라서, 2010년은 ‘생물다양성 소실’을 범지구적인 인식과 정치 행동의 중심 무대로 좀 더 가까이 옮겨 놓는 해가 될 것이다. 지구의 모든 사람들에게 당면한 시급한 과제로서IUCN은 다음과 같이 표명하고 있다. “복잡하게 얽힌 동•식물의 네트워크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는 서식지 등을 고려할 때, 생물다양성에 관한 한 우리는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언급하는 동물에는 당연히 인간도 포함된다.” (http://www.iucn.org/what/biodiversity)
안타깝게도 종의 보전 중요성은 지속가능한 발전, 기후변화 적응과 완화 등에 밀려나 있다. 바다, 갯벌, 강, 초원, 산, 하늘 자체의 생명과 또 그 곳을 서식지로 살아가는 아주 다양한 생물들은 생명의 망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다. 생물다양성은 우리가 숨을 쉬는 대기를 유지시키고 우리가 마시는 물을 깨끗하게 하며 야생에서 직접 채취한 것이든 농업, 수산양식 등의 방법으로 키운 것이든 우리가 먹는 모든 먹거리를 제공함으써 인간은 알게 모르게 여러 형태로 생물다양성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은 숨쉬는 데 필요한 공기와 같이 인간의 삶에 양적으로 질적으로 필수적인 요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간은 이를 무시 또는 경시하며 파괴하여 왔다.
세계 생물다양성에 관한 2009 년 IUCN 연감에 따르면 ‘이미 3분의 일 가량의 양서동물, 5분의 일 가량의 포유동물, 70퍼센트의 식물이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UNEP, 2009). 한편, 지구상 총 조류의 12.4퍼센트에 달하는 1227종이 역시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심각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조류는 192종으로 이들은 즉각적인 대책이 시행되지 않는 한 지구상에서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http://www.birdlife.org/action/science/species/global_species_programme/red_list.html).
멸종위기종들 중, 연례적으로 한국을 찾는 조류는 다름아닌 넓적부리도요 Eurynorhynchus pygmeus이다. 1970년대, 세계적으로 개체수가2000-2800 쌍에 이르던 이 새는 2000년 1000쌍 미만, 2007년 150-450쌍 (Zockler & Syroechkovskiy, 2008/2010), 2009년130-200 쌍으로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http://10000birds.com/spoon-billed-sandpiper-part-two-interview-with-christoph-zckler.htm).
다른 종처럼 넓적부리도요는 예상이 비교적 쉬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새이다. 이 조류는 특정적인 먹이만을 먹고 살기 때문에 서식지 의존도가 다른 조류들보다 높을 뿐만 아니라 서식지의 변화에 아주 민감하다. 따라서 넓적부리도요는 귀중한 생태 지표종으로서 이들의 개체수 변화 추이와 분포현황으로 놓치기 쉬운 혹은 간과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를 가려낼 수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인간의 건강과 문화,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개체수 감소는 생태계의 악화를 반영하고 멸종은 전 서식지의 훼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 하구댐이 건설되기 전만 해도 낙동하구에서만 수백 마리의 넓적부리도요가 관찰되곤 하였다 (고어, 원, 1971). 그러나 2009년 같은 곳에선 최고 4마리만이 기록되었을 뿐이다. 1990년대 남향 계절이동중에 새만금에서 기록된 개체수는 280여 개체이었으나 (Barter, 2002), 2007년 5월말 새만금에선 31마리의 한 무리 (현존하는 총 개체수의 10퍼센트 정도)정도만 관찰되었다 (Moores et al. 2007). 이것은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지 단 일년 만에 생긴 현상으로 조수의 흐름이 차단되기 시작한 후 넓적부리도요를 비롯한 기타 많은 조류들이 먹이로 삼는 저서동물이 더 이상 살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은 조류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서동물 채취를 생계수단으로 살아가는 지역어민들에게도 타격을 입혔다. 이제 새만금에서 넓적부리도요는 자취를 감춰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한 마리도 관찰되지 않아 1000년이란 긴 세월이 지나는 동안 새만금에서 넓적부리도요의 행적이 사라진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류가 초래하는 기후변화 등으로 번식지가 훼손되고 어떤 지역에선 밀렵의 대상이기도 해 넓적부리도요에겐 그 여건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전문가들은 그 무엇보다 생존의 가장 큰 위협요인으로 갯벌의 매립과 훼손을 꼽고 있다 (Zockler & Syroechkovskiy, 2008/2010). 새만금방조제, 낙동하구둑 등의 건설로 갯벌이 죽어가고, 계속되는 매립과 산업기반 시설 공사로 국내 주요 서식지를 거의 빼앗긴 이 조류가 대한민국에서 직면하고 있는 앞날은 어둡기만 하다. 물론 이것은 국제적인 협약이나 조약에 의해 결정된 의무사항이 즉각적으로,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의 일이다.
넓적부리도요나 기타 다른 다양한 생물종이 이용하는 하구나 갯벌에 가해지고 있는 위협이 단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최근 몇십년 간 중국, 베트남의 서식지를 포함해서 철새이동경로를 따라 많은 지역들이 매립 등으로 훼손되어 왔다. 이 조류의 마지막 월동지로 남아있는 몇 안되는 곳들중의 하나가 방글라데시의 소나디아 섬으로 지난 2009년 1월 이곳에서 8개체가 관찰되었다. 이 섬은 현재 대체개발지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로 개발 대상지로 거론되고 있다. 개발 첫 단계 공사는 2016년까지 마무리하고, 전체적인 사업의 완공 시한은 2055년으로 계획하고 있다. 이 사업이 추진될 경우, 넓적부리도요를 비롯, 바다거북, 해양포유동물 등 많은 생물들이 서식지로 이용하고 있는 이 곳에 심각한 변화를 가져올 것은 자명하며, 맹그로브 해수림에도 피해를 가져와 이 지역 해양자원에 생계를 건 수천, 수만의 지역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된다. (넓적부리도요복원팀 소식지3호. 2009년 12월).
종의 수적인 감소나 멸종이 자연적인 원인에 의한 것이라 하더라도 멸종이 급속히 진행되는 원인은 인구와 소비의 증가, 새만금, 소나디아 섬과 같은 초대형의 파괴적 개발사업 등의 인간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다. 눈여겨 살펴본다면 서식지훼손과 가치상실은 주변 도처에 산재해 있으며 그 증거는 집, 사무실, 차창 밖으로 내다본 콘크리트 도시와 도로, 뿌연 수평선과 하늘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커져만 가는 계절의 침묵으로 대변할 수 있다.
경제성장은 현재의 개발 유형과 별 차이 없는 동의어로 비춰지고 있다. 한 국가가 연 5퍼센트의 졍제 성장을 유지할 경우 그 경제규모는 20년안에 두배 이상으로 늘어나면서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인간의 수명이 70년 이상이라고 할때, 이와 같은 연간5퍼센트의 성장은 생산과 소비를 거듭, 30배 이상으로 커지고 일세기가 지날 무렵이면 130배로 그 규모가 늘어난다고 가정할수 있다. 이미 지구가 소유하고 있는 자원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세계인구도 급속도로 팽창한 지금 이러한 성장이 과연 가능한 것인지 또는 바람직한 것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경제성장의 부작용은 해양생물의 급격한 감소와 상태 악화, 기후 변화 그리고 “멸종위기” (Bräutigam and Jenkins, 2001)로 묘사되는 것들을 초래한다.
인간의 생태발자국 (인간이 생활에 필요한 자원을 얻기위해 필요로하는 토지영역)은 이미 지구의 수용능력을 훨씬 능가하고 있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우리 인간은 개개인으로서, 한 생물종으로 지구의 재생능력과 생산능력의 한계 이상으로 소비하여 왔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이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구의 “종신저축금”을 소비하는 처지이므로 이와 같은 지속불가능한 삶의 양식은 현명하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개발유형은 삶의 질과 진정한 지속가능성 (밀레니엄 개발목표와 같은 )에 초점을 맞추어 수정하기보다 대규모의 파괴적인 사업들이 “녹색”, “친환경”이라는 미명을 쓰고 계속해서 제시되고 있다.
예를 들어, 인천 송도의 신도시 건설은 이미 수천 헥타르에 이르는 국제적으로 중요한 갯벌 매립을 초래하였다. 인천시는 현존하는 마지막 남은 자투리 습지 일부를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 발표 하였지만 현재 람사르협약이 정의한 위기종을 포함해 물새류 13여종 이상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의 군집을 이루며 서식지로 살아가고 있는 구역 내 주요 습지는 여전히 토지로 변경할 계획이다. 매립이 생물다양성 소실을 초래할 것은 당연지사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경도시 건설인 것처럼 국내외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심지어 16개의 새 댐과 약 700 킬로미터의 준설 작업까지 포함하는 4대강정비사업도 “복원” 이라는 이름으로 재포장하였다. 진정한 의미의 강 복원이라면 말 그대로 우리나라에서 필요한 일이다. 여러 나라에서 착오를 인정하고 이미 실행되고 있는 바와 같이 댐을 제거하고 콘크리트 제방을 허물고 계절적인 홍수를 흡수하기 위한 해안가의 저지대 보전 등과 같은 방식으로 강의 복원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복원된 습지는 수질개선, 하류의 홍수 예방, 저수량 증가, 생물다양성 보전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찾고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의 기능에 대한 이해와 과학적인 근거에 바탕을 둔 이와 같은 대규모의 서식지 복원은 인간활동이 초래하는 기후변화의 위협을 줄이고 생물의 생존을 돕는 형태로 인간의 생태발자국을 상쇄시킬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한마디로 4대강 사업은 복원 사업이 아니다. 이 사업은 생태적으로 강에 의존하는 다양한 생물종과 개체수 감소를 초래할 것으로 우리는 믿고 있다. 이에는 원앙Aix galericulata (환경부 자료에 의하면 이 조류는 이미 그 수가 국가적으로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있다: MOE 2004, 2005, 2006, 2007 and 2008), 세계적 위기종인 호사비오리 Mergus squamatus 등이 포함된다.
4대강 정비사업을 제안하고 주도하는 정부 부처가 “복원”이후 강의 모습을 담아 배포하는 홍보물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복원된 영산강의 그림이 담겨 설치된 안내 표지판엔 좁은 강줄기를 따라 산책용 보도가 놓여져 있다. 4대강이 사업은 일괄적인 준설 작업을 통해 깊고 폭넓은 강을 기획하면서도 이 홍보사진은 얕은 강 한편으로 풍부하고 다양한 식물군을 이루는 습지를 표현하고 있다. 강에는 웃음지으며 지나가는 한 가족 가까이에 큰고니 Cygnus cygnus 몇 마리가 사람들의 방해에 아랑곳하지 않고 헤엄치고 있고, 큰고니 옆에는 몇 마리의 Eurasian White Stork Ciconia ciconia가 서 있다. 이 새는 한국이 아닌 동아시아 내에서도 믿을만한 관찰기록이 없는 조류이다. 그 뒤로 꽃이 활짝 핀 벚나무을 향해 전형적으로 강이 아닌 소금기가 아주 강한 얕은 습지에서 서식하며 지금껏 한국이 아닌 동아시아에서도 관찰된 기록이 전혀 없는 한 무리의 플라밍고가 날아가고 있다.

이러한 묘사는 터무니없고 비과학적이며 여러면에서 생물다양성에 대한 염려나 이해도가 낮은 것을 보여주는 실례가 된다. 만약 생물다양성 보전이 이렇게 거짓되게 알려진다면 이 개발사업에 연관된 정부의 주장을 어느 누가 믿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러한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새와 생명의 터는 국제 생물다양성의 해를 확실히 잘 이용해야 한다.
모든 회원들이 이미 인지하고 있듯이, 새와 생명의 터는 비정치적인 단체로서 한국과 황해 생태권역의 조류와 그들의 서식지 보전을 위한 활동에 전념하며, 이에 필요한 과학적이고 정직한 정보를 제공, 수집하고 있다.
2010년에 계획된 주요활동은 다음과 같다:
500여종에 다르는 한국의 새들의 이미지를 2000여점 담은 갤러리를 영어와 한국어로 웹사이트에 게재, 새들의 아름다움과 다양성을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넓적부리도요 복원팀원으로서 새와 생명의 터는 심각한 멸종위기종인 넓적부리도요에 대한 연구조사와 자료분석을 계속할 것이며 아울러 호사비오리와 같은 기타 멸종위기종에 대한 자료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러한 활동은 생물다양성 보전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고 지속가능한 발전 지향으로 보전 정책과 보전우선순위 결정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목포남항도심습지를 비롯하여 부산, 인천 등의 기타 유사한 사업에 서식지의 생산력 강화와 복원위주의 개발방식이 도입될 수 있도록 계속 추진할 것이다.
조류 생물다양성을 위한 새와 생명의 터 청사진을 마련하는 일이 계속된다. 이는 종 분포에 대한 정보 부재를 줄이고 선별된 조류의 개체수 경향을 파악하며 사례 연구를 통해 현재의 보전 이니셔티브 정책의 장단점을 살펴보는 것들로 온라인 상으로 발표될 것이다. 10월에 있을 국제 생물다양성 회의를 대비한 출판과 배포도 기금이 허락되는 한 추진될 것이다. 진척 여부 등 이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차후에 있을 업데이트와 웹사이트를 통해 계속해서 제공될 것이다.
2010년은 생물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도전과 약속들로 소중한 한 해가 될 것이므로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여러분들의 동참과 의견을 환영하며 지속적인 격려와 후원에 감사드린다.
참고문헌
- Barter, M. 2002. Shorebirds of the Yellow Sea: importance, threats and conservation status. Wetlands International Global Series 9, International Wader Studies 12. Canberra, 104 p.
- Bräutigam A. & M. Jenkins. 2001. The Red Book: the Extinction Crisis Face to Face. Published by CEMEX in collaboration with IUCN’s SSC and Agrupacion Sierra Madre.
- Gore, M. E. J. 원병오 1971. Birds of Korea. Seoul: Royal Asiatic Society.
- 환경부 1999-2004, 2005, 2006, 2007, 2008. 동계 조류 현황
- 나일 무어스, 대니 로저스, 고철환, 주용기, 김락현, 박미나2007. 2007년 새만금 도요•물떼새 모니터링 프로그램 보고서, 새와 생명의 터, 부산
- UNEP. 2009. Extinction crisis shows urgent need for action to protect biodiversity.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Press Release, November 3rd, 2009. Accessed December 2009, at: http://www.unep.org/Documents.Multilingual/...DocumentID=602&ArticleID=6360
- Zockler C. & E. Syroechkovskiy. 2008/2010. International Single Species Action Plan for the Conservation of the Spoon-billed Sandpiper (Eurynorhynchus pygmeus). Series Editor Simba Chan. Published by Convention on Migratory Species & BirdLife International). Accessed Dec. 2009, at: http://www.arccona.org/download/CMS Spoon-billed Sandpiper Action Plan final Nov 2008.pd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