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기사 2009년 08월
새와 사람: 생태관광이 필요한500가지 이상의 이유!

대한민국 국내에서 기록되는 조류는 총500종이 넘는다 (2009 새와 생명의 터 조류목록). 각 종은 자신에게 최적인 서식지가 있으며 다른 종에 비하여 훨씬 더 진화된 종도 있다. 특히 습지에 서식하거나 섬에서 번식하는 종들은 이러한 특수성을 지녔기에 서식지 소실이나 교란에 대해 더욱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지구상 멸종우려종으로 분류되어 있으며 우리나라에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34종 중 24종의 생존 열쇠는 습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 중 14종은 습지 중에서도 갯벌과 강 하구에 서식하며 그 중 3종은 작은 섬에서만 번식을 한다. 생태적으로, 이 34종의 지구상 멸종우려종 중의 그 어떤 종도 도시, 상업적인 공원, 운하 등과 같이 극도로 교란된 환경 속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

이렇게 많은 조류 종이 국제적인 희귀성을 지녔다는 사실을 두고 볼 때, 조류와 서식지 보전이 절실 (다양한 국제협약과 협정에 준수의무가 명시된 바)하다는 차원에만 의미를 둘 것이 아니라 탐조가, “자연 관광객”과 “생태관광객”에게도 그 가치는 상당히 높음을 알 필요가 있다.

탐조, 자연관광과 생태관광은 큰 사업이다. 탐조만 해도 2006년 미국 경제에 360억 달러 (미국 내무부 산하 야생 동•식물보호국, 2009년 7월 기자회견)까지 기여 하였는데, 서울대학교 김성일 교수에 따르면, “ ‘체험’관광-생태관광, 자연, 문화유산, 문화와 경 탐험 관광, 거기에다가 전원생활 체험, 마을 관광 등의 부수적 요소까지…그 규모는 아마도 [2012년까지] 세계무역시장 규모의 25%에 달할 것이며 연간 약 5조 달러의 파급 가치를 가져올 것이다…대한민국 정부는 생태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4개년에 걸쳐 약 1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안을 세웠다…[건설 공사를 겨냥한] 1천 킬로미터의 생태문화 탐방로, 약 300 여 채의 친환경적 편의시설 (방문객센터와 교육센터 등), 고 품격의 생태숙박시설, 탄소배출 제로의 생태문화 시범도시.” (코리아헤럴드, 2009년 4월 30일자)

국제 생태관광 학회 (The International Ecotourism Society: TIES)의 정의에 따르면: 생태관광이란 “자연지역의 환경을 보전하고 지역주민의 안녕을 증진시키는 분별있는 여행”이다. TIES는 6가지의 지켜야 할 주된 원칙을 제시하고 있는데 ( What is Ecotourism):

  1. 악영향을 최소화하라
  2. 환경ㆍ문화적 인식과 존중심을 길러라
  3. 방문자와 지역주민 모두에게 바람직한 경험을 마련하라
  4. 보전을 위한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하라
  5. 지역민에게 재정적 혜택과 권익을 제공하라
  6. 관광 운영 국가의 정치적, 환경적, 사회적 풍토에 대한 감수성을 높여라

최고의 생태관광 프로젝트란 위 6가지 원칙이 완수될 경우 임을 두말할 여지가 없다. SAVE 인터네셔널과 타이완의 협력체와 제휴하여 발전시킨 괄목할만한 프로젝트 하나를 소개하자면, 몇 년 간의 강도 높은 현장 조사를 치룬 이 제휴 프로젝트는 지구상 멸종위기종인 저어새 Platalea minor 의 주요 월동지인 해당지역이 파괴될 수 있는 산업복합시설계획안이라는 난관을 맞게 되었다. 대안으로서 보전과 생태관광을 토대로 하는 토지 사용안을 제시하였고 결국에는 그 곳을 구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저어새의 월동지를 살렸고, 이 지역에 서식하는 다른 생물종이 생존할 수 있었으며 새를 보기 위해 2001년에 이 곳을 찾은1.5백만 명의 방문객 (“생태관광객”)까지 구할 수 있었다. 타이완 국내의 보전의식은 높아졌고 3만 여 곳의 일자리 (B. Butler / SAVE International, 2002)가 창출되었다. CNN TV에 방송된 타이완의 관광홍보자료에 저어새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타이완에서의 저어새-긍지의 상징이며 생태관광 번영의 핵심. © Dr. 그래험 에쓰링톤

람사르가 명시한 국제적 중요성을 지닌 국내 서식지는 2001년 이후 (새만금의 예) 계속 파괴되어왔으며 개발 사업으로 국내 최고의 저어새 서식지(송도와 제주의성산포) 가 다시 위험에 빠지는 우리나라와는 적나라한 대조가 된다. 생물다양성과 생태관광의 가능성을 지닌 국내 최고의 소중한 서식지를 파괴하는 동시에 “생태관광 활성”에 1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논리는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현재 이러한 대규모의 관광이 활성화된 곳이 극히 신중을 기해야 할 지역 (우포 람사르 보호구역 이나 순천만)인 것과 이러한 현상이 소위 말하는 생태관광이라면 참으로 의아하다. 코리아 헤럴드 기사글에 따르면, “2008년 한 해에만 약 8백만 명의 생태관광객이 순천만을 다녀갔으며 이로 인한 직접적인 경제효과는 6천만 달러로 추정된다”고 한다. 당연히 다른 악영향도 있었다. 꽤 유명한 새, 흑두루미 Grus monacha 가 한 때 이용했던 곳에는 관광객용 편의시설, 도로, 다리와 덩치 큰 에코센터에 주차장까지 들어섰다. 이와는 달리 상공을 지나는 전선을 제거하는 등의 바람직한 과정도 진행되고 있으며 인공 먹이주기 프로그램과 온화한 겨울 날씨 덕분인지 지난 수 십 년 간 월동하는 흑두루미의 개체 수가 증가하기도 했다. 그러나 교란 요인은 엄청나게 증가하여 그곳을 이용하던 변화에 민감한 몇 희귀종은 지난 수 십 년 간에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보이는데, 취약종인 두 조류, 적호갈매기 Icthyaetus relictus (이전에는 정기적으로 도래하였고 현재는 나타나지 않는)와 검은머리갈매기 Chroicocephalus saundersi 가 그렇다. 생태관광객들이 순천만 지역주민들과 보전 자체(순천만이나 국내 전체를 볼 때)에 환원될 얼마만큼의 경비를 썼는가도 명확하지는 않다. 우리가 파악하건대, 그 어디에도 보전용 구역 매입이나 재정이 확보된 생물다양성관리 계획 구축이나, 습지관리를 확고히 할 수준 높은 연수과정은 없는 것 같다.

습지 뿐만이 아니고 많은 도서 지방에서는 기반 시설 공사가 계속 증가하는 상태이며 이것이 “자연 관광객”의 유치를 목표로 하지만, 변화에 민감한 조류 종의 감소를 이미 야기시키고 있다. 가거도에서 진행 중인 새와 생명의 터 자체 연구조사에서는 천연기념물인 흑비둘기 Columba janthina 가 이러한 교란요인을 견뎌내지 못하고 있음을 밝혔다. 공사작업과 물밀 듯 들어오는 방문객의 소음과 방해로 인해 2009년 연초와 이번 여름을 비교해볼 때, 이 수줍은 새의 서식지는 상당히 소실되었고, 설상가상으로 현재 겨우 몇 쌍의 흑비둘기가 서식 중인 방해 받지 않았던 숲에도 곧 도로 포장공사가 시작될 계획이다. 도로나 기타 건설공사에 쏟아 붓는 엄청난 돈을 오히려 지역색 짙은 문화 유지와 자연자원 관리기술을 지역 주민에게 전수시키는 프로그램에 투입한다면그 장기적 경제성은 훨씬 높다는 것은 증명될 수 있다.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아감에 따라 머지않아 문화적 특색이 부족하고 자연 경관과 특정 생물종이 빈약해지는 콘크리트화된 섬과 해변을 굳이 찾을 이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기간시설에의 과잉 투자는 서식지와 생태관광객의 잠재적 체험기회라는 양쪽 모두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해외에서 방문하는 생태관광객은 으레 “사람들의 친절함, 한국적인 생활 양식, 이국적인 음식(한 방문객의 의견에 따르면)과 한국을 유쾌하고 흥미로운 휴가지로 만드는 문화적 유산을 인상깊게 여긴다”고 말한다. 동시에 많은 이들은 “새를 볼 수 있는 으뜸 지역이 개발공사와 매립으로 이미 파괴되었거나 진행 중이다”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Sönke Tautz & Kirsten Kraetzel, 새와 생명의 터 해외 회원, in lit. March 2009).


새만금을 찾은 탐조그룹 (2004년) 넓적부리도요와 다른 특수한 새들을 보려고 미국•영국•벨기에•독일에서 오신 방문객들. © 새와 생명의 터

최근 2005년에, 새와 생명의 터는 영종도(봄철)나 송도(겨울철)에서 출발하여 두 군데의 서산호수를 방문하고 가끔은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 Mergus squamatus 를 볼 수 있는 조용한 하천을 찾기도 하고 얕은 시냇가 또는 새만금(봄철과 가을)에서 며칠을 지내는 걸로 탐조생태기행 일정을 잡았던 적이 있다. 2009년에도 같은 일정을 원하는 생태관광객의 눈에 나타나는 것은 무엇일까? 대부분이 콘크리트로 덮인 영종도; 이미 거의 매립되었으며 얼마 남지 않은 곳도 매립으로 치닫는 송도; 행락시설을 짓느라 불도저로 시끄러운 서산 호수 B지구; 짠 모래사막으로 둘러싸여 생명력 잃은 호수 새만금과; 4대강 사업용 준설작업으로 파헤쳐지는 강 바닥과 콘크리트 제방에 너무나 처참해지는 위기의 강을.

생태관광이 제대로 관리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으며 국가 이미지 고취에도 참으로 효과적이다. 서식지와 종 보전에 있어서 아주 바람직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고 지역사회, 관광산업과 관광객에게는 다양한 혜택을 부여할 것이다. 올바른 생태관광을 통해 우리 인간은 생태계를 배우고, 수 백 년을 이어온 예술적 영감을 품은 경관과 생물 종에 대해서, 우리의 문화 (콘크리트화되는 경치로 차츰 소실되어가는)를 더욱 이해하고 삶의 방식을 재고하게 하는 멋진 길을 찾을 것이다. 또한 섬 주민들의 지닌 활력과 놀라운 온정을 체험할 기회를 선사하고, 갯벌에서의 삶을 눈으로 확인하고, 경이로운 인상을 지닌 곳 “한국”이라는 풍경화를 펼쳐 줄 기회의 발로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과 새들을 위하여 새와 생명의 터는 보다 푸른 미래의 핵심요소로서 올바른 생태관광을 장려할 것이며 이를 위한 모든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여러분이 함께 해주시길 기원 드리며!


정부와 전문가들의 바른 지원이 있을 때 진가가 발휘될 생태관광과 자연관광: 특색있는 지역문화와 귀한 새, 그리고 반가이 맞아주는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