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 기사 2009년 10월
“건강한 습지, 건강한 사람들” 한국 람사르 총회 개최, 일년이 지난 지금

“현명한 습지이용”이란 주제의 제 10차 람사르 총회를 경남 창원에서 치른 지 꼭 일년이 되어 간다.

갯벌, 늪, 강, 저수지, 논 등 여러 형태의 모습을 갖춘 습지는 세계적으로 조류의 생태다양성을 고려해볼 때, 대한민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서식지이다. 한국에서 서식하는 조류들 중, 지구상 멸종의 위협에 놓여 있는 조류들은 대부분 습지에 의존해서 살아간다. 뿐만 아니라 아주 많은 수의 새들이 군집해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이 습지인데 이러한 습지들 중 몇몇 장소들은 여가를 즐기려는 사람들이나 삶의 보금자리로 삼는 새들로 항상 붐빈다.

습지에 대한 대중의 이해나 매년 이 습지에서 저 습지로 계절이동을 하는 물새류에 대한 이해도 한 해가 다르게 꾸준히 향상되고 있다. 이것은 보전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불법적인 물새류 사냥도 그렇게 흔치 않던 십 년 전에 비해서도 훨씬 줄어든 걸로 보여지며, 최근에 실시된 조사에 의하면 약 80퍼센트가 개발사업계획 시 경제적인 이득에 앞서 환경보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부산대학교 황아란 교수는 전한다. (코리아헤럴드).

분명히 이것은 습지 보전이나 밀레니엄 개발목표에 명시된 것과 같은 진정한 의도의 지속가능한 개발에 대한 여론의 후원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http://www.un.org/millenniumgoals)

제10차 람사르 총회를 준비하는 동안이나 치르는 동안 (2008년10월 28일-11월 4일)에 있은 습지와 물새류에 대한 긍정적인 미디어의 보도 또한 보전에 대한 인식이나 후원을 끌어 올리는 데 기여한 것도 간과할 수 없다. 추가적으로 세 곳의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를 받게 되었으며 (총 11개), 동아시아지역 람사르 센터 건립 계획도 마련돼 올해 좀 더 구체적으로 추진되기도 하였다.
(http://www.ramsar.org/pdf/sc/37/key_sc37_doc08_korea_centre.pdf)

제10차 람사르 총회 자체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람사르총회는 회원국간의 범정부적인 조약으로서 람사르의 권고 사항은 모든 당사국들이 동의한 결정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권고 사항X.22는 대한민국은 갯벌의 보전 수행과 함께 더 이상 대규모의 매립사업이 승인되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권고사항X.27 은 모든 회원국들이 각국의 도심습지를 재검토하고 필요한 경우 복원과 재 서식지 조성을 이행하며 차후 도심습지에 대한 악영향을 최대한도로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토지이용계획과 관리 경영을 세워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권고사항 X.03은 인간의 안녕과 습지에 관한 창원선언으로 만장일치의 동의를 얻은 사항들이다. (http://www.ramsar.org/pdf/cop10/cop10_changwon_korean.pdf).

창원 선언문은 정책결정권자들을 대상으로 습지의 보전필요성을 정확하게 명시하고 있다. 창원선언문은 다음과 같은 내용을 요구하고 있다.

  • “정책결정권자들은 습지의 훼손과 상실을 방지할 것”;

  • “정책결정권자들은 이미 훼손된 습지를 되살릴 것- 저수량 증가, 수질 향상, 지속가능한 농, 어업과 생태다양성 보호에 효과적이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 “정책결정은 자연적으로 온전히 기능하고 있는 습지자체와 그 습지가 제공하는 혜택에 대한 보호를 가능한 한 우선시할 것”

제10차 람사르 총회가 개최된 지 일년 여 지난 지금, 세계의 모든 회원국들이 동의한 창원 선언의 실행을 향해 정책결정권자들은 어느 정도로 진척해 왔는가?

람사르 리스트에 의하면 제10차 총회 이후 한국에서 새로이 지정된 람사르 습지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현재,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지정습지는 11개로서 합친 총 면적은 겨우 8,215 헥타르에 불과해, 매립사업으로 훼손된 새만금 지구의 약 5분의 일 밖에 되지 않는 면적이다. 또한 이는 인천자유경제지역 건설을 위한 매립지역의 두 배도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습지의 수만 따져 본다면 우리나라는 세계49위의 자리에 위치한다. 중국과 일본이 각각 37개, 과거에 람사르 총회를 치른 나라들 중 호주가 65개, 스페인이 63개의 지정 습지를 보유하고 있는 것과 상당한 대조를 이룬다. 그러나, 지정습지의 실제적인 총면적 (헥타르로 집계)을 들자면 우리나라는 람사르협약 당사국 159개국 중에서 130번째로 아주 적은 면적에 불과하며 2007년 이래, 이러한 한국의 순위는 거의 바뀌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과거 몇 십 년간의 성장을 위한 노력과 희생의 댓가로 GDP 수준 (2008년 세계은행 자료)이 세계 24위에서 30위 사이로 올라섰고 최근 들어선, 녹색 경제, 녹색 성장의 장점에 대해 다양한 논의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경제강국으로서 당연히 우리나라는 람사르지구를 포함한 여러 지역을 지정 보호할 수 있고 관리계획을 위한 기금조성과 필요한 경우, 보상 제도까지 마련할 수 있는 경제적인 여건을 갖추고 있다. 보전을 위한 진보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분명히 누가 보아도 돈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각국 영토의 면적이 얼마나 크고 작은 지에 대한 문제도 역시 아니다. 예를 들어 포루투갈은 영토 면적이 (경제 수준 또한) 대한민국과 비슷한데, 보유하고 있는 람사르지정습지의 수는 대한민국보다 3배나 훨씬 더 많으며 면적으로 따진다면 총 86,581 핵타르로 10배 이상이 넘는 면적이다.

더우기, 한국에서 람사르지구로 지정되는 경우가 적은 이유가 람사르기준에 달하는 습지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인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국내 이십여 곳 이상의 습지가 이미 국제적으로 물새류의 중요한 서식지가 되어 오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새만금을 비롯한 창원의 주남저수지, 금강하구, 화성의 남양만, 영종 갯벌, 낙동하구, 송도 갯벌, 서산의 간척지와 농경지 등은 아직까지 지정되지 않고 있다.

이 습지들에선 여러 차례 각종 조류 조사가 실시되어 왔다. 예를 들면 연간 겨울철 조류동시센서스에서의 물새류 조사라든지 람사르협약의 국내 행정기관인 환경부에 의해 실시, 발간된 여러 습지에 대한 계절이동성 도요•물떼새 개체수 조사를 들 수 있다.

이러한 잘 알려진 습지들 외에도 많은 습지들이 생태다양성이나 자연 생태계의 기능 차원에서 중요한 곳으로서 람사르보호지역으로 지정되기에 충분한 습지들이다.

이러한 습지들 중의 하나가 목포남항 도심습지로서 그 면적은 총 50 헥타르에 불과하지만 종종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종인 새들 (Saunders’s Gull Larus saundersi and Black-faced Spoonbill Platelea minor)의 서식지가 되고 있으며, 환경교육의 장으로서 유용한 곳임이 입증되고 있다. 도심 습지에 대한 람사르의 권고 사항 (X.27)이 목포남항습지의 보전을 후원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지역의 국토해양부에선 2010년 대부분의 습지를 메워 주택, 업무용 빌딩과 ‘공원 조성’을 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다.


목포남항도심습지: 전문가 모니터링, 환경 교육, 그리고 “지속가능한발전”? © 새와 생명의 터

습지의 생태다양성 저하와 함께 기타 습지로서의 기능과 혜택을 상실시키는 목포의 제안된 개발 계획이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업으로 간주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새와 생명의 터의 주도로 습지 보전과 복원, 지역 사회의 긍지와 자부심으로 부각될 교육의 장으로 쓰일 수 있도록 대체안을 제안하는 도중에도 습지의 매립은 진행되어 왔다. 지금까지 이 습지를 보전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의견은 국토해양부에 의해 무시되어 왔다.

인천시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목포의 남항 습지처럼 도심습지인 송도의 잔존 하는 갯벌도 매립될 운명에 놓여 있다. 새와 생명의 터에서 실시한 조사 자료에 의하면, 송도 갯벌에는 람사르의 정의와 같이 국제적으로 중요한 규모의 큰 군집을 이루며 서식하고 있는 물새류들이 적어도 13종 이상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도요•물떼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의 하나인 송도 갯벌은 또한 멸종위기종인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가 번식을 하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귀중한 서식지이기도 하다.

인천자유경제지역 건설계획의 일환으로 2009년 3월 승인된 잔존습지에 대한 매립은 한국의 갯벌매립 포기의지를 담고 있는 람사르권고사항X.22가 통과된 지 겨우 5개월만에 있는 일이다.

인천시는 2010년 매립을 시작하는 등의 좀 더 구체적인 도시계획안을 2009년 10월에 발표할 예정이다. 송도의 갯벌 매립으로 인한 서식지의 훼손은 이 곳에 의존하여 살아가고 있는 조류들의 현저한 감소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목포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저어새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SAVE 인터내셔널과 기타 단체들의 공동협력으로 송도 습지에 대한 다른 시각의 대체 의견들이 수립되어 이미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전달되기도 하였다. 과거는 물론 현재 송도 갯벌에 대한 매립사업이 어떻게 람사르총회에서 발표된 약속과 일치할 수 있는지, 혹은 녹색성장 정책의 목표와 어떻게 맞물릴 수 있는지, 아니면 송도를 부각시켜 친환경도시로서 다시 태어나고자 하는 인천시의 노력에 얼마나 부합될 수 있는지를 묻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비록 람사르지구로 지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이처럼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습지에 대한 보전과 국내외적으로 지속가능한발전의 일환으로 현명한 이용과 관리를 하겠다고 각 기관별 정책결정권자들은 공개적인 약속을 해 왔다.

그런데 람사르지구로 지정된 습지를 포함해 기타 보호지역 등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습지들은 왜 항상 매립이나 기반 산업시설의 건설 등으로 사라질 위협에 놓여 있는가? 준설, 댐, 제방, 도로, 자전거 도로 건설 등을 비롯해 람사르습지로 2006년 지정된 순천만에 제안된 최근의 “완전 친환경적”이라는 철로 건설 (POSCO, 2009년 9월 25일) 사업에 이르기까지 그 위협은 늘 도사리고 있다.

이러한 위협들은 갯벌이나 도심 습지에만 국한된 것은 물론 아니다. 서산의 호수와 농경지는 지난 수년간 지방자치단체의 주관으로 수십만 마리의 기러기와 가창오리떼를 비롯한 철새들의 방문을 경축하는 물새류 축제 장소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편, 이와 동시에 서산호B 지구에 대한 리조트 개발사업과 도로확장 사업, 서산호A 지구의 다리 건설 등으로 서식지 교란을 한층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지난 2003년 11월BBC는 다큐멘터리 “행성, 지구” (세계각국에서 방영된 자연 다큐멘터리 시리즈)이 제작을 위해 서산에서 막대한 수의 가창오리 떼를 촬영한 바 있다. 그러나 심각한 수준의 서식지 방해가 주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매년 서산을 찾는 가창오리 떼의 수는 점차 줄어들었을 뿐 아니라 머무는 기간 또한 짧아졌다.

마지막으로, 잠정적 파괴 가능성을 지닌 대규모 사업, “4대강 복원 정비”사업을 들지 않을 수 없겠다.

이 사업의 지지자들은 전국의 공공장소에 홍보용 전시물을 설치하며3년 내에 4대 주요 강은 물론, 지천들이 활기찬 생명력을 지닌 강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호언하고 있다. 이 강들이 이미 살아 있음을 간과함과 동시에 수질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기존의 댐과 하구언의 탓으로 돌리며, 이러한 국가의 문제는 추가적인 댐의 건설, 제방의 강화와 하천 바닥의 준설 작업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복원"사업 홍보, 2009년 9월. 왼쪽:인천연안부두터미널, 오른쪽:서울역 , © 새와 생명의 터

이 사업을 복원사업이라고 발표하지만, 어디에서도 댐 건설이나 준설 작업이 성공적인 하천 복원의 요소라는 전문 문헌은 찾아볼 수 없다. 반면에, 람사르협약 권고 사항 4.1은 “복원사업안으로 인해 기존 자연 생태계의 보전 노력이 무력해지는 경우가 없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 또한, 람사르협약 권고사항 8.16 에서도 “가능한 한 건축이나 본격적인 굴착을 요구하는 방식에 앞서서 생태학적 공학원칙이 우선 적용되어야 한다.” 며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응용생태학의 저널지는 하천의 준설작업에 관해 다음과 같이 논하고 있다: “생태학적으로 준설은 비경제적이며, 비효과적인 복원 방법인데… 준설은 단기간 안에 상당히 파괴적인 영향을 초래하며, 그 유지 관리를 위해 규칙적으로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Palmer et al., 2005).

4대강 “복원”사업은 수백 킬로미터의 강줄기에 상처를 내며 단 1000일 만에 (‘1000일 약속’의 일부로서) 사업을 완공할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터무니 없는 공사시간 배정과 사업규모는 이 사업의 질을 의심케 한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영국의 2009년 런던 하천사업계획 (전문가와 NGO단체들을 포함, 지역과 중앙 정부의 공동협력으로 계획안 수립)을 살펴 보면, 하천 정비와 복원에 대한 지난 수십년 간에 걸친 지역의 경험에 이어지고 있다. 테임즈강의 지류를 복원하는 것을 목표로 2015년까지 계속되는 사업에 해당되는 하천의 길이는 단지 15킬로미터에 이른다. (http://www.environmentalexpert.com/resultEachPressRelease.aspx?cid=6187&codi=43414)

제 10차 람사르총회 개최 후 일년이 지난 지금, 정책결정권자들과 사회 지도자들은 우리 모두의 후원과 더불어서 2008년 창원선언문에 더욱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건강한 습지에 의존하여 살아간다…
우리 습지의 훼손과 파괴를 멈추라!

참고문헌

  1. M. Palmer, E. Bernhardt, J. Allan, P. Lake, G. Alexander, S. Brooks, J. Carr, S. Clayton, C. Dahm, J. Follstead Shah, D. Galat, S, Loss, P. Goodwin, D. Hart. B. Hassett, R. Jenkinson, G. Kondolf, R. Lave. J. Meyer, T. O/Donnell, L. Pagan & E. Sudduth. 2005. 생태학적으로 성공적인 하천복원을 위한 기준 포럼, 응용생태학 저널, 영국 생태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