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가 2008년 10월 28일에서 11월 4일까지 대한민국, 창원에서 개최된다. 람사르 총회를 전후로 두루미 보전, DMZ, CEPA, 세계 NGO 회의, 동아시아 갯벌 보전, 계절이동성 조류와 기후 변화, 비행이동경로 파트너쉽 등 여러 가지 많은 회의들이 계획되어 있다. 이것은 분명히 중요하게 다뤄야 할 다수의 관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주고 있음과 동시에 이 짧은 기간 동안 보전을 위한 좋은 결실을 얻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새와 생명의 터의 주 역할은 공정한 정보 제공과 비정치적인 접근을 통해 조류와 습지 보전을 위한 대중들의 인식과 정책적인 후원을 높이는 데 있다. 새와 생명의 터는 이 지면을 빌어 중요하게 생각되는 네 가지 주요 관건에 대한 기본적인 배경 설명을 하고자 한다. 현재까지 매우 저조한 대한민국의 람사르 기록 현황, 계속되고 있는 해안 습지 매립, 한국 대운하 건설 계획, 보전을 등한시한 잘못된 복원 정책이 그것이다. 정직하고 열린 태도로 이 문제점들이 다루어진다면 습지 보전을 위한 과정은 그만큼 속도를 가하게 될 것이다.
1) 대한민국의 람사르 기록
한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람사르 기록은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습지의 수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그 나라 습지 보전 정책의 개선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된다.
1997년 정식 등록 이후 국내법을 비롯하여 여러가지 정책이 개선되어 왔는 반면, 새만금 개발과 해안지역 개발을 위한 특별법 제정(자세한 정보는 2006-2008 SSMP 보고서를 포함하여 본 단체 웹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등과 같은 대한민국의 현존하는 습지의 훼손과 상실을 야기하는 허가들이 기대 밖으로 지속되고 있다.
현재 (2008년 10월 25일) 대한민국은 람사르보호구역으로 공식 지정된 습지가 여덟 개 있으며 (참고: http://www.ramsar.org/sitelist.doc), 람사르 협약 당사국 중 105개국과 비슷하거나 약간 많은 수준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람사르보호구역으로 등록, 지정된 지역의 수치로 따져 볼 때 공동 50위 정도가 된다. 10월 중순에 있었던 언론 발표에 의하면 세 곳이 추가 지정될 예정이라고 하니 곧 대한민국이 세계 40위권 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하는 바, 이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아주 가치 있는 성취라고 하겠다. 그러나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된 곳의 수치에만 초점이 맞추어질 경우 이 의미는 감소된다. 전형적으로 습지는 훨씬 넓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담수 지역의 일부이다. 따라서 많은 국가들이 이를 인식하고 방대한 지역을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하거나 다수의 여러 개 작은 지역을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이 둘 중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된 여덟 곳을 모두 합친 총 면적은 겨우 8149 헥타르에 불과하다. 추가로 지정될 세 곳의 면적을 합친다 하더라도 약 8900 헥타르에 지나지 않아 단 한 번의 매립 공사로 파괴된 새만금 습지의 사분의 일에도 못 미치는 면적이다. 8900 헥타르는 대한 민국의 영토 면에서나 습지 면에서나 아주 미미한 크기로 습지와 습지의 생태다양성을 보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람사르 리스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람사르 협약 당사국 158 개국 중에서 단 25 개국만이 대한민국의 람사르 지역 총 면적보다 작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 120 위권 안에 드는 것도 실패하고 만다. 더우기 이들 25개국 중 23개국은 모나코, 리흐텐슈타인 등과 같이 대한민국의 총 영토 면적에 비해 훨씬 작은 나라들이다. 사실상 단 2개국만이 대한민국보다 영토 면적이 넓으면서 대한민국의 람사르 지역 총 면적보다 작은 면적의 람사르 지역을 갖고 있다. 미얀마(버마)와 리비안 아랍 자마히리야(리비아)가 그들이다. 빈곤은 당장의 단기적인 이용을 위해 장기적인 안목의 지속가능한 개발(예를 들어 보전과 같은)을 저해하는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는 한편, 대한민국은 이미 국내 총생산이 세계 13위,14위의 자리를 다툴 정도로 놀라운경제 성장을 이뤄 냈다(2007년 자료). 상대적으로 리비아의 국내총생산은 세계 62위, 버마는 103위에 머문다. 부유한 국가로서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보유하고 있는 대한민국은 좀 더 많은 수의, 좀 더 넓은 면적의 습지를 람사 지역으로 지정, 보호하는 것이 마땅하다.
게다가 현재까지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된 곳들이 습지 보전에 있어 중요한 곳이긴 하지만 이 지역들에는 DMZ 지대의 일부와 인접 지역, 한-임진 하구, 송도 갯벌, 금강 하구, 새만금, 낙동 하구 등과 같은 정작 세계적으로 중요한 습지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현존하는 대한민국의 람사르 지역 거의가 소규모의 민물습지이며 8개 지역 중 단 두 곳만이 갯벌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며 추가 지정될 세 지역에도 갯벌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갯벌은 대한민국이 지니고 있는 아름답고 독특한 국가적 자연 유산의 필수적인 일부로서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여러 종의 물새들을 위한 좋은 서식처 역할과 함께 사람들에겐 상업적인 어업 뿐만 아니라 여러 모로 많은 이익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대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람사르 지역으로 지정된 여러 습지들이(우포늪, 순천만 포함) 지구 내와 인접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개발과 서식지 방해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한민국의 람사르 지역 대부분이 생태다양성과 고유한 생태적 특성을 살릴 수 있는 장기적인 보전을 겨냥한 관리 계획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비교적 쉬운 편으로 이미 람사르 문헌 자료에서 자세히 다루어져 있다. 광고,선전이나 대규모의 회의 등을 위한 기금 운영을 체계적인 습지 관리를 위한 관리자 양성 교육으로 전환시키는 것(습지 센터 건립이 아닌), 개방적이고 투명한 람사르 지역 관리 계획을 개발, 지역민들과 독립적인 전문가들을 동참시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2) 갯벌 매립
람사르 상임 위원회 회의를 포함하여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발표된 것과 같이 대한민국 정부는 더 이상 대규모의 갯벌 매립을 허가하는 일이 없을 것이라고 약속한 반면에 세계적으로 중요한 국내의 갯벌들에선 매립 공사가 계속되고 있거나 매립의 위협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새만금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대표적인 예이다. 한편, 람사르 협약에서 정의한 국제적으로 중요한 수의 군집을 이루는 물새의 종류가 적어도 13종이나 되는 인천의 송도 갯벌도 매립이 진행 중에 있고 마지막 남은 한 자락의 갯벌도 눈앞에 다가온 매립에 직면해 있다. 한때는 도요물떼새의 가장 중요한 서식지 중의 하나이던 아산만도 여러 매립 지역들을 잇는 자투리땅으로 전락해 버렸고, 신안군 앞해도의 갯벌도 가장 최근인 2008년 7월에 승인된 사업으로 항구 건설을 위해 일부 매립이 곧 진행될 예정이다. 이러한 추세는 잘 알려진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들만을 위협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규모는 작지만 보전의 가치가 높은 목포 남항 도심 습지와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이 곳도 람사르 총회가 개최되는 주간에 다음 단계의 공사를 시작할 계획을 가지고 일부 매립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습지에 대한 현명한 이용을 성취하기 위해선 수 십년간 매립을 촉진시켜온 공수(公水) 매립법을 페지해야 할 필요가 분명히 있으며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를 위협하고 있는 모든 매립 사업들을 취소하여야 한다.
3) 대한민국 대운하 건설 사업
대운하 사업은 여러 개의 하구와 국내의 주요조류지역(IBA)의 사분의 일을 포함하여 수천 킬로미터의 강을 운하화하여 연결시키는 초대형 규모의 건설로 또 하나의 “환경친화적인” 사업이란 명목으로 제안되었다. 이것은 습지 보전에 대해 국가의 정책결정권자들에게 얼마나 빈약한 권고 사항이 주어졌는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좋은 증거가 되고 있다. 그러므로 새와 생명의 터는 2008년 중반 이 사업을 일단 보류하기로 한 결정에 박수를 보내며 제 10차 람사르 총회를 계기로 국가의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이 사업 계획을 영구적으로 철회하겠다는 성명을 낼수 있기를 희망한다.
4) 복원
람사르 협약은 복원 이전에 보전을 우선하고 있음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보전이 비요이 적게 들고 더 효과적이며 성취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습지를 보전하는 것에 실패하면서도 대한민국은 이미 습지와 습지 조류를 겨냥한 여러 개의 복원 사업을 세워 놓고 있다.
목포 남항 도심 습지는 사업 계획 과정에서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를 여실히 보여 주는 좋은 사례이다. 이미 일부가 매립된 상황이나 50 헥타르의 소규모 습지는 적은 투자로 생태다양성 보전, 환경 교육의 장, 여가 활동 등 많은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훌륭한 도심 자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고 새와 생명의 터를 비롯한 여러 단체들은 믿고 있다. 이에 대해 새와 생명의 터는 목포 지역의 정책결정권자들과( 목포시의회) 협력을 하였으며 국내, 국제 전문가들과도 공동으로 연구 조사를 벌였으며 장래 이 지역의 사용 방도를 책임 지고 있는 정부 기관에 유용한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도 노력해 왔다. 그러나 반응은 냉담하다. 중앙정부의 국토해양부는 국가 습지 관리 계획(2007) 하에 적극적으로 습지 복원과 현명한 이용 추진과 습지 손실을 방지하고자 하는 한편으로 동일한 정부 조직의 목포지역 관할 기관에서는 이번 주에 불도저를 동원, 습지의 일부를 메우고 있다. 그들의 사업 추진 정당화 논리는 지난 2008년 9월에 이미 전달된 바 있는데, 이 개발은 10년 전에 세워진 계획의 일부로 다른 용도로 전환될 수 없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류 복원 사업도 최근 들어 많이 계획되고 있는데 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몇몇 사업의 경우 기대에 어긋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한 예가 소위 대한민국에 따오기Nipponia nippon의 서식을 복원하겠다는 사업이다. 대중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http://news.xinhuanet.com/english/2008-10/17/content_10209835.htm), 이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 위기종인 따오기 한 쌍을 최근 중국으로부터 구입해 한국으로 들여왔다고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에서 이 조류가 한번이라도 번식을 한 경우가 있음을 증명할 수 있는 역사적인 자료의 기록이 출간된 것이 전혀 없다. 한편, 예전의 저자들에 의하면( 오스틴 [1948], 고어, 원 [1971], 박 [2002]) 따오기는 비번식기인 겨울에 지역적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철새로 기록되어 있으며 이 조류는 대한민국에서 관찰된 기록이 수십년 동안 전무하다. 우포 람사르 습지는(따오기 복원 시도 지역) 하늘을 자유롭게 날고 있는 따오기의 포스터와 깃발들로 장식되어 있지만 정작 따오기가 우포 습지에서 번식을 한 기록은 전혀 없다. 또한 854 헥타르 가량의 우포 습지는 지금 늘어나고 있는 방문자들로 서식지의 방해 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으며 10년 전 람사르 습지로 지정된 이후로 훼손의 정도가 악화되고 있다. 국제조류보호연합은 이 조류의 잠재적인 위협으로 부족한 먹이 (특히 겨울), 논경지의 용도 전환, 농약 등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http://www.birdlife.info/wbdbwebstaging/SpcHarnessDetails.asp?sclass=3801&m=0). 우포 습지는 소나무 숲과 넓은 면적의 농약 사용이 빈번한 파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람사르 협약과 IUCN에 의해 제공된 복원에 관한 전문적인 지도, 안내를 맡고 있는 Contra에의하면 아직까지 이 곳에서 따오기 저해 요인을 제거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 이것은 세계적으로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인 조류인 따오기의 복원에 어떻게 우포 습지가 적합하다고 판단되었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대한민국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성공적인 동시에 올바른 지도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를 대한민국으로 유치한 것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유용한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토론과 배움의 장을 통하여 습지 파괴에서 진정한 의미의 현명하고 지속가능한 습지 이용 쪽으로의 정책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또한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는 대한민국이 국가적 차원의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고 유엔연합 밀레니엄 개발 목표의 필수적인 요구 사항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도와 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므로 우리는 이를 최대한 이용하여야 한다.
이러한 논제들을 우리의 초점으로 하고 새와 생명의 터는 끊임없는 여러분의 후원과 더불어 제10차 람사르 당사국 총회 뿐만 아니라 앞날을 기대한다. 부디 이 기회가 변화를 가져오는 때가 되기를 희망한다.